두 달이라는 짧지 않은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어떤 경로로 여행할지였다.

마음같아서는 유럽의 모든 곳을 들리고 싶었지만 앞서 장기 유럽여행을 했던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조언을 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참 게으르고 느린 여행자라는 것을 여행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1. 효율적인 여행경로 정하기

 

여행을 가려고 유럽지도를 딱 펼쳐 놓으면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막막해진다. 이럴 때 다음 순서대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만족할만한 여행경로를 짤 수 있을 것이다. 

 

장기간의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할 것은 내가 어떤 도시를 꼭 가야하는지이다. 이것은 여행의 목적과도 연결되어 있다. 미술관에 가서 유명한 명작들을 꼭 봐야겠다면 파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고, 음악이 목적이라면 오스트리아를 빼놓아서는 안될것이다.

 

그 다음으로 정해야 하는 것은 어떤 도시로 들어가서 어떤 도시에서 나올 것인지이다.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기 위해서는 당연히 바깥 쪽이나 경계쪽에 있는 나라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서유럽쪽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보통 영국 런던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영국이 서유럽의 서쪽편에 가깝기도 하고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섬으로 들어가서 나오는게 더 편한 동선이 된다. 뿐만 아니라 런던은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권 나라라는 점에서 아직 유럽이라는 대륙이 낯선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나는 런던인, 마드리드아웃의 경로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체코와 오스트리아도 경로에 넣었지만 나는 두 달안에 유럽의 곳곳을 깊게 들여다보려고 했기 때문에 다음 번 유럽여행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고 과감히 포기했다. 

 

 

유럽지도

 

 

장기 여행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체력적인 부분이다. 너무 많은 욕심을 내서 이동경로가 너무 길면 여행 후반부에 가서는 쉽게 지칠 수 있고 즐거워야할 여행이 고행이 될 수 있다. 

 

나는 최대한 체력을 아끼고 이동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점도시를 정하고 그 주변도시들을 여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하면 숙소를 자주 옮기지 않아도 되고 머무는 도시를 좀 더 깊숙히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렇게 하면 아주 많은 여행지를 갈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2. 실제 계획했던 세부여행경로

 

1월 5일에 인천에서 출발해서 3월 11일 한국에 도착하기 까지 세부적인 여행 경로는 다음과 같다.

 

 

시작의 설레임, 호기심 가득했던 여행 전반기

 

1) 거점도시: 영국 런던(5박 6일)

- 계획: 런던 - 옥스포드 - 윈저 - 해리포터스튜디오

- 실제: 런던 - 옥스포드 - 해리포터스튜디오

- 런던만해도 할 것이 많아서 윈저를 생략했다.

 

2) 거점도시: 프랑스 파리(4박 5일)

- 계획: 파리 - 베르사유 - 몽생미셸

- 실제: 파리

- 파리에서 미술관, 박물관 돌아다니는 재미에 빠져 베르사유와 몽생미셸을 과감히 생략했다. 그런데 몽생미셸을 못가본 것은 좀 후회가 된다.

 

3) 거점도시: 벨기에 겐트(2박 3일)

- 계획: 겐트 - 브뤼헤 - 브뤼셀

- 실제: 겐트

- 겐트는 조용히 걷기 좋은 곳이어서 휴식을 취하며 겐트에만 머물렀다. 뜻밖의 축제를 만나서 즐겼던 곳.

- 벨기에에서는 조금 쉬어가는 느낌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악조건의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했던 여행 중반기

 

4) 거점도시: 독일 프랑크푸르트(3박 4일)

- 계획: 프랑크푸르트 - 하이델베르크

- 실제: 프랑크푸르트 - 하이델베르크

- 프랑크푸르트는 그냥 거쳐가는 느낌이었고 프랑크푸르트보다는 하이델베르크에 힘을 줬다.

 

5) 거점도시: 스위스 루체른(6박 7일)

- 계획: 루체른 - 티틀리스 산 - 베른 - 리기산 - 바젤

- 실제: 루체른 - 티틀리스 산 - 베른 - 리기산

- 겨울 스위스 여행은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날씨가 흐려서 산 위에서의 전망이 별로 좋지는 않다. 트래킹 하기에도 별로.

 

6) 거점도시: 스위스 인터라켄(6박 7일)

- 계획: 인터라켄 - 샤또레 열기구 축제 - 융프라우요흐 전망대 - 그린델발트 - 체르마트 - 툰 호수 유람선

- 실제: 인터라켄 - 툰 호수 유람선 - 로이커바트 온천 - 몽트뢰 - 뮌헨

- 겨울에는 인터라켄에 계속 눈이 내리고 날이 흐려서 융프라우요흐고 뭐고 갈 수가 없었다. 로이커바트 온천은 좋은 선택이었다.

- 너무 눈이 내려 지루해서 스위스를 버리고 뮌헨으로 갔다.

-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7) 거점도시: 스위스 로잔(2박 3일)

- 계획: 로잔 - 라보지구, 브베 - 몽트뢰 - 취리히 - 뮌헨

- 실제: 스위스 날씨가 좋질 않아서 이 일정을 포기하고 바로 뮌헨으로!

 

 

모든 것이 일상이 되기 시작했던 여행 후반기

 

8) 거점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5박 6일)

- 계획: 베니스 - 부라노 섬 - 파도바 - 베로나

- 실제: 베니스 - 부라노 섬 - 베로나

- 레터스투줄리엣의 베로나는 꼭 가려고 했던 곳이었다. 부라노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베로나가 더 좋았다.

 

9) 거점도시: 이탈리아 피렌체(6박 7일)

- 계획: 피렌체 - 피사/친퀘데레 - 시에나 - 아시시

- 실제: 피렌체 - 피사/친퀘데레 - 시에나

- 시에나 종탑 꼭대기에서 본 사방으로 뻗은 포도밭을 잊을 수 없다.

 

10) 거점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7박 8일)

- 계획: 바르셀로나 - 시체스 - 헤로나 - 몬세라트

- 실제: 바르셀로나 - 몬세라트

- 몬세라트.......말이 필요없다.....!!!!!!!!!!!!!!!!!!!!!!!!!!!!!!!!!!!!!!!!!!!!!!

 

11) 거점도시: 스페인 그라나다(4박 5일)

- 계획: 그라나다 - 론다

- 실제: 그라나다

- 술을 시키면 공짜로 딸려 나오는 타파스가 그립다.

 

12) 거점도시: 스페인 세비야(5박 6일)

- 계획: 세비야 - 말라가 - 코르도바 - 카디스

- 실제: 세비야

- 스페인은 그냥 사랑.

 

13) 거점도시: 스페인 마드리드(4박 5일)

- 계획: 마드리드 - 톨레도

- 실제: 마드리드 - 톨레도

- 스페인 여행 중에 제일 볼 게 없는 도시. 4박 5일이나 잡은 것이 후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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